
스팅어가 남긴 유산과 기아 EV8의 연결고리
2017년 등장한 기아 스팅어는 국산 브랜드가 내놓은 사실상 유일한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었다. V6 3.3L 트윈터보, 최고출력 373마력, 제로백 4.9초라는 조합은 당시 국산차 기준으로 파격적이었으며, BMW·아우디를 정조준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연간 판매 목표 12,000대에 실제 판매는 월 300~400대에 불과했고, 2022년 국내 판매량은 1,984대에 그쳤다. 결국 2023년 5월 생산이 중단됐고, 글로벌 누적 판매량 138,378대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숫자로는 실패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남긴 유산은 숫자 이상이었다. 기아 EV8은 바로 그 유산을 전기차로 계승하려는 시도다.
기아 EV8, 왜 지금 다시 등장했나
기아 EV8 개발이 재점화된 배경에는 브랜드 전략의 공백이 있다. EV3·EV5·EV6·EV9으로 이어지는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은 대부분 SUV와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랜드 전체 이미지를 끌어올릴 헤일로 모델이 부재하다는 내부 인식이 확산됐고, 스팅어가 판매 실적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재소환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기아 글로벌 디자인 총괄 카림 하비브 부사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스팅어 같은 차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고, 이후 GT1이라는 내부 코드명으로 프로젝트가 재가동됐다. 한 차례 취소됐다가 재개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기아 EV8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비전 메타 투리스모 — 기아 EV8의 설계 방향
2025년 12월, 기아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콘셉트카 비전 메타 투리스모가 공개됐다. 기아는 이 차를 "게이머 세대를 위한 스포츠 세단"으로 정의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대신 AR HUD와 스마트 글라스 중심의 실내 구성을 택했고, 주행 모드는 스피드스터·드리머·게이머 세 가지로 분류된다.
주목할 점은 가상 엔진 사운드나 인위적 변속감을 넣지 않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아이오닉 5 N이 가상 변속감으로 호평을 받은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현대차그룹 안에서도 브랜드별로 전기차 감성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기아 EV8은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 반응성과 고요함을 스포츠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기아 EV8 핵심 스펙 총정리 — 612마력·800km·113.2kWh
기아 EV8의 공개된 제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차명은 EV8이 유력하며 기아는 이미 상표권을 등록한 상태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M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며, 전장은 약 5m 수준의 대형 세단 크기를 목표로 한다.
| 항목 | 보급형 (RWD) | 고성능형 (AWD) |
|---|---|---|
| 구동 방식 | 후륜구동 (단일 모터) | 사륜구동 (듀얼 모터) |
| 최고출력 | 미공개 | 612마력 (목표) |
| 배터리 용량 | 113.2kWh | |
| 1회 충전 주행거리 | 800km (목표) | |
| 플랫폼 | 기아 eM 플랫폼 | |
| 전장 | 약 5,000mm | |
| 주요 경쟁 모델 |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 S, BMW i5 | |
경쟁 상대가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 S, BMW i5라는 점에서 기아 EV8의 포지셔닝 방향이 명확하게 읽힌다. 대중 브랜드 가격대에서 프리미엄 전기 세단과 정면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 EV8이 넘어야 할 현실적 과제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양산이 지연되는 이유를 직접 짚었다. 고출력 모터, 대용량 배터리, 스포츠 세단 특유의 낮은 차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면 원가가 빠르게 상승한다. 대중 브랜드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이 조합을 완성하는 것은 포르쉐·BMW도 동시에 고민하는 문제다.
GT1 프로젝트가 한 차례 취소됐다가 재개된 것도 이 원가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기아 EV8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어느 가격에 나오느냐"다. 수억 원대 타이칸과 정면 승부할 필요는 없다. 스팅어가 그랬듯, 숫자 이상의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가격표가 함께 붙어야 한다.
국내 고성능 전기 세단 시장에서 기아 EV8의 가능성
국내 고성능 전기 세단 시장은 현재 사실상 공백 상태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이 가격대와 성격을 동시에 충족하는 모델이 마땅치 않다. 아이오닉 5 N과 아이오닉 6 N이 고성능 전기차의 가능성을 이미 시장에서 증명한 만큼, 기아가 그 위에서 다른 감성의 고성능 전기 GT를 완성한다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질 판매 확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방향성과 의지는 확인됐다. 기아 EV8의 양산 시점과 가격 발표가 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가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기아 EV8 출시일은 언제인가?
기아 EV8의 공식 출시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2025년 12월 비전 메타 투리스모 콘셉트카가 공개됐으며, 양산 버전은 eM 플랫폼 개발 일정과 원가 조율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2027년 이후 양산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Q2. 기아 EV8 예상 가격은 얼마인가?
기아 EV8의 공식 가격은 미공개 상태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 타이칸(1억 5천만 원~), BMW i5(9천만 원대)와 비교할 때, 기아의 대중 브랜드 포지션을 고려하면 국내 기준 7천만~1억 원 초반대 가격대가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다만 고성능 AWD 모델은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Q3. 기아 EV8은 스팅어 후속 모델인가?
기아는 공식적으로 EV8을 스팅어의 직접적인 후속 모델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스팅어가 수행했던 헤일로 모델 역할을 EV8이 전기차 형태로 계승한다는 점에서 업계와 팬덤은 사실상의 스팅어 후속으로 인식하고 있다.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라는 정체성은 두 차종이 공유한다.